한국인 최초 ESP-Disk’ 레이블 아티스트, 정은혜
자유 즉흥 솔로 피아노 음반 <놀다 NOLDA> 국내 발매
미국에서 활동 중인 피아노 연주자 정은혜가 한국인 최초로 재즈 명가인 ESP-Disk’ 레이블에서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지난해 발매된 서울 통의동 오디오가이에서 열린 판소리와 함께한 공연 실황이 담긴 앨범 <존재들의 부딪힘, 치다> (판소리 배일동, 드럼 서수진, 첼로 지박)는 특히 해외 다양한 매체에서 호응을 얻었다. 한국인 재즈/아방가르드 음악가로서는 최초로 밴드캠프 데일리 특집 기사로 다뤄졌는데, 이를 쓴 비평가 필립 프리만은 “정은혜는 한국 판소리의 격렬한 실험성을 현대적으로 업데이트했다.”라고 평가하며, 정은혜의 피아노 소리를 세실 테일러, 매튜 쉽, 그리고 20세기 현대 클래식 작곡가인 갈리나 우스볼스카야의 음악과 비견했다. 미국의 현대 클래식 음악 매체인 <Sequenza 21> 2020년 결산 기사에서 주목해야 할 음반으로 선정하였다.
올해 피아니스트 정은혜는 독창성을 충분히 담아낸 솔로 피아노 음반인 <놀다> (2021)를 발표했다. <존재들의 부딪힘, 치다> (2020) 이전에 발매한 같은 철학적 고찰 즉 ‘치다’의 의미를 담은 또 다른 치다 시리즈 앨범인 <Chi-Da: Be Silent as Loud as Possible> (2018)가 자유 즉흥 솔로 피아노 작품을 담았는데, <놀다>는 그 이후 두 번째 솔로 피아노 앨범이다. 이번 앨범은 유서 깊은 ESP-Disk’ 레이블의 한국인 최초 아티스트로서 지난 9월 24일 발매되었다. ESP-Disk’ 레이블은 앨버트 아일러를 시작으로 오넷 콜맨, 선 라 등의 아방가르드 재즈의 전설적 인물들의 앨범을 제작했다. 또한 비밥의 대표 피아니스트인 버드 파웰과 지금도 활발히 활동중인 폴 블레이, 매튜 쉽 등의 재즈 피아노 거장들의 음악을 담아내었고, 오늘날까지도 음악적 진취성과 음악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정신적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 피아니스트 정은혜는 <놀다> 앨범을 발매하면서 레이블 소속의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는데, ESP-Disk’측은 이 앨범에 담긴 정은혜의 음악을 프리 재즈계에서도 독창적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여 “게임체인저”라고 소개했다.
발매 직후 앨범은 미국의 최대 재즈 라디오 채널인 WBGO의 2021 하반기 주목할 앨범 프리뷰 기사에 선정되어 유수의 세계적인 재즈 아티스트의 새로운 앨범들과 함께 소개되었다. 다운타운 뮤직갤러리의 브루스 갤랜터는 그의 리뷰에서 “그녀의 젊은 나이에 비해 농익은 연주를 보여준다”며 “그녀의 연주는 대부분의 재즈 피아니스트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브로드웨이 주제별 쇼 튠 노래로부터 자유롭다. 마치 그녀만의 파열음 조각들을 직접 발명해내는 듯하다.”라고 정은혜의 음악적 특성을 분석했다. 한편 라이너 노트를 쓴 재즈 트레일의 펠리페 프리아타스는 “수준 높은 기술적 컨트롤뿐만 아니라 고도로 능숙한 즉흥성을 보여준다.”라고 했는데, 이 음반에 실린 총 아홉 곡 중 “Rooted”에서는 “판소리 미학의 특징으로 보이는 동적 신체성과, 극적인 발성/타악 특성에서 비롯된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는 듯하다.”며 정은혜 음악에서 국악적 원형을 발견하기도 했다. 한국 재즈 매거진 재즈피플에서 낯선청춘 최규용은 “놀이라고 하기엔 사려 깊게 음들을 선택하고 외줄 타기 같은 긴장이 공간에 스며든 그녀의 연주는 확실히 수묵화를 닮았다. 그런데 그녀의 연주는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꿈틀대는 이미지를 지향한다. 그녀가 시간을 인식했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동양적 우주관 즉 시공에 대한 전통적 세계관과 산수화의 미학적 전통이 어떻게 현대적인 음형이 다분한 음악의 현상적 발현 이면에 생동하는지를 간파하는 매우 의미있는 평론을 내놓았다.
미국 보스턴 소재의 버클리 음대 출신이기도 한 피아니스트 정은혜는 졸업 후 다년간 미국에서 활동을 이어오며, 혁신적인 아방가르드 재즈, 크리에이티브 뮤직의 거장이자 원로인 와다다 레오 스미스와 2018년도에 그의 1976년도 ECM 앨범을 기념하는 공연을 했다. 본 앨범에 참여했던 원년 멤버인 바비 노튼과 와다다의 퀄텟 베이시스트인 존 린버그도 함께 했다. 같은 해 뉴욕의 스펙트럼에서는 첼리스트 이옥경과 듀오 연주를 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2020년에 멍 뮤직 레이블에서 베이시스트 조민기와 듀오 앨범인 <Abyss>를 발표했다. 맥코이 타이너, 제리 앨런, 조 로바노 등의 드러머로 잘 알려진 프란치스코 멜라와 협연한 음원도 브루클린 소재의 레이블인 577 Records에서 내년에 발매될 예정이다.
정은혜는 오는 11월 20일 JCC 아트센터에서 <즉흥 솔로 피아노 - 정은혜, 김은영>(플러스 히치)을 통해 모국에서의 첫 솔로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다. 과거 그녀의 솔로 피아노 연주를 들은 비제이 아이어는 “이런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의 의식 세계를 깊이 알고 싶어 진다. 놀랍다.”라고 했으며, 매튜 쉽은 “그녀는 자신만의 소리를 갖고 있다”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누구보다도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그녀의 피아노 소리를 즐거이 듣기를 권해본다. 참고로 현재 <놀다>는 레이블의 디스트리뷰터를 통해 미국, 유럽과 일본 각지에 유통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소리의 나이테 음악회사에서 소량 판매 중이고, 예스 24와 알라딘에도 입고되어있다. 각종 음원 링크: https://linktr.ee/ejeong77
Track Listing: 1. Perspective Shifts 2. Strange Rocks 3. Blue Sun 4. Columnar Jointing 5. Rooted 6. Ultraviolet-lightly Coated 7. Emerging Islands 8. Threading Stories 9. If I Were Credits: Eunhye Jeong, piano; all music by Eunhye Jeong (ASCAP). Recorded at Futura Productions (Roslindale, MA, USA) on January 8, 2021; Mixed and mastered by Travis Karpak; Cover design by Boyeon Choi